건축

서울대학교 미술관(MoA) 외내부 특징

프리아키 2022. 9. 17. 00:50
반응형

외부

 

서울대 미술관은 3번에 걸쳐 설계안이 수정되었다. 렘 콜하스 최종설계안에서는 bridge의 개념에서 mixing chamber의 개념으로 바꾸어 설정하였고, 마치 떠 있는 듯한 매스를 제시하였다. 정형적인 박스에 통로로의 미술관프로그램과 그에 따라 생긴 동선으로 측면을 타낸 형태가 만들어졌다. 설계안이 계속 수정된 만큼 외장재 역시 5가지 재료가 언급됐었는데, 결과적으로는 U-profiled glass가 사용되었다. 블랙 콘크리트, 노출콘크리트, 산화 강판, 알루미늄패널. 이러한 순서로 수정을 거듭해 현재 U-profiled glass로 이어졌다.  

 

수정된 외장재에 의한 이미지 모델들.

 

서울대 미술관은 서울대학교 정문 입구에 당당하게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아주는 서울대학교의 위상을 드높이는 듯이 거대한 메스 덩어리가 공중에 부양해 있는 듯한 형상을 띄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자세히 보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모르게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건물에 가까워지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미술관 뒷부분과 측면 전부가 캔틸레버로 이루어져 있어서 하부공간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20m가 넘는 길이의 하부 캔틸레버와 이어지는 측면이 부유함을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선 긴장감을 끌어낸다. 쏟아져 내릴 듯한 거대한 매스의 인상을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건물 하단에 커피숍이 배치되어 있다. 거대한 캔틸레버 아래서 아무렇지 않게 휴식을 취하며 커피를 마시는 것도 랩 쿨하스가 자주 하는 cross-program의 일종이 아닐까 싶다. 카페 앞쪽엔 다소 빈약한 느낌이 드는 조경 요소가 구성되어있다. 조경 파트까지 렘 콜하스가 신경 쓰지는 않았겠지만, 개인주택 규모의 조경은 카페 전용의 조경 역할을 수행하는 정도이다.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주변이 전부 녹지이기 때문에 조경의 필요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미술관의 입구는 독특한 형태로 건물의 긴장감과 부유한 느낌을 자아내는 데 일조한다. 동시에 서울대학교 정문의 유동 인구를 나누는 기능까지 하고 있다. 렘 콜하스는 학교의 외부와 내부를 이어주는 동선을 만든다는 의도를 갖고 계획을 했는데 현재 정문보다도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동 인구의 수가 많다. 소위 말해 지름길이다. 약 100m 가량의 거리를 돌아가지 않고 직선으로 가로지를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빠르고 편리한 통행을 할 수 있다. 계단을 모두 올라가면 서울대 미술관의 자랑인 캔틸레버가 등장한다. 정면의 캔틸레버는 후면의 캔틸레버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후면이 부유함과 긴장감을 일으켰다면 정면의 캔틸레버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스케일의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웅장한 느낌에 더해 전방의 탁 트인 배경으로 개방감을 함께 받는다. 공지에 배치된 벤치나 난간 형태 등이 방향성을 더 극대화하는 효과를 주며 거대한 매스가 머리 위에 떠 있음에도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벤츠에 앉아 정면과 측면을 보고 있으면 관악산 능선과 캔틸레버의 사선이 맞물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렘 콜하스는 산에 관해서 설계안과 도면에서 전혀 언급한 적이 없어 우연의 일치라고 한다) 


서울대 미술관은 캠퍼스와 지역사회 둘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었는데, 특유의 개성이 짙은 형태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캔틸레버는 보행자를 위한 길을 내기 위해 직선을 관통시킨 개념에서 나왔다. 주변 풍경을 절단하지만 이 절단의 덩어리를 다시 절단하는 동선으로 하여금 사람이 통과하는 길을 낸 하나의 큰 덩어리는 서울대의 또 하나의 랜드마크로 인식되고 있다.

 

 

내부

 

내부의 구성은 다이어그램을 통해 알 수 있다. 아래의 key map에서 보는 것처럼 최상층에 전시실, 중앙의 코어 동선에 따라 관통된 강의실과 강당 지하의 업무공간으로 구성된다. 표의 색상이 붉은색에서 회색으로 변해가는 방향을 따라가면, 실의 성격이 전시에서 점차 업무적인 경향으로 배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캔틸레버 구조가 미술관 실들의 구성과 기능적인 부분에 직관적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건축에 기능과 디자인이 늘 별도의 개념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내부 구성


코어를 따라 올라가며 전시를 관람하고, 최상층 전시실에서 강의실, 강당을 거처 내려오는 구성이다. 실내에 진입하게 되면 빛을 내는 벽체를 따라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3층부터 지하층까지 코어가 관통하고 있는데 눈부시진 않지만 밝은 빛의 패널로 구성되어 있어서 가상의 공간 안에 들어온 듯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서울대 미술관은 코어를 제외하고 기둥이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 때문에 구조에 무리를 주는 창문을 내지 않고 외부와 같은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 패널로 인공조명을 받는다. 그리고 무거워 보일 수 있는 거대한 중앙의 코어를 구성하는 반투명 패널이 실내에 더욱 개방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실제로 방문했을 때에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도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코어의 맨 아랫부분은 소수의 작품 전시와 카페가 간단하게 마련되어있다. 전시실 간의 이동 통로 역시 전시 용도로 이용되면서 이를 따라 사람들이 자연스레 이동하게 된다. 전시실과 계단의 물리적인 분리 구조가 기획, 상설전 구획 구분에 도움이 되며 실제로 공간을 나누어 각각의 전시를 기획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 전시를 관람하며 자연스레 걷다 보면 어느새 강의실에 진입하게 된다. 대학교 미술관인 만큼 강의실과 강당의 접근을 원활하게 구성했다. 렘 콜하스가 설계를 시작할 때부터 영상 매체의 작품 전시 가능성을 고려하여 초기 설계안을 작성했다고 한다. 또한 강의실은 천장이 개방되어 있고 강당엔 큼직한 창문이 배치되어 있어 자연 채광이 가능한데, 이러한 요소들이 강의실에 더욱 넓은 개방감을 준다. 이와 대비되게 전시 공간엔 자연광이 닿지 않도록 하여 작품 보존에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