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종교를 믿는 현대인은 단 한 사람도 없지만, 이들의 존재와 세계관은 신화라는 매력적인 이야기로 지금까지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바로 오늘 소개하려는, 2000년대에 유년기를 보냈을 8, 90년대생에게 ‘올림포스 가디언’이라는 작품으로 매우 익숙할 ‘그리스 로마 신화’입니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이 숭배했던 이들의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해서, 범람하다시피 하는 수많은 창작물과 콘텐츠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고, 여러 요소가 다양한 작품 곳곳에 널리 차용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여러 이야기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두면, 우리 주변의 익히 알려진 여러 명작과 콘텐츠를 한층 더 깊게 이해하며 즐길 수 있을 것이 자명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세계 구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알아볼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인이 생각한 지구
에라토스테네스 등 몇몇 선구자를 제외하고는, 고대 그리스인에게 지구는 오늘날처럼 구형의 지구로 인식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지구란 둥글고 평평한 원반 같은 것이었죠. 자기들이 사는 곳은 세계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중심에 신들의 주거지로 알려진 올림포스산, 아니면 아폴론의 신탁으로 유명한 델포이의 성지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원반 같은 지구를 둘러싼 오케아노스(대양하)라는 바다가 시계 방향의 해류를 이루며 끝없이 흐르고, 오케아노스로부터 물을 받아들인 지중해와 흑해가 동서로 길게 흐르며 세계를 둘로 나누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강이 이 대양하로부터 물을 받아들인다고 믿은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인이 생각한 우주
하루를 여는 새벽, 찬란한 빛을 뿌리는 해, 밤을 은은히 밝혀주는 달은 모두 대양하에서 떠올라 빛을 뿌리며 공중을 달린다고 믿었습니다. 늘 제자리를 지키는 북두칠성과 그 근처에 있는 다른 별들을 제외한 모든 별이 대양하에서 떠올라 다시 대양하로 진다고 생각한 것인데요. 태양신은 도착점에서 날개가 달린 배를 탑니다. 이 배를 타고 지구의 북쪽을 돌아 자신이 출발했던 동방, 해가 떠올랐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의 세계 인식
고대 그리스인은 자기 나라를 중앙에 두고 인근 지역과 민족밖에 알지 못했습니다. 해가 지는 어둠의 서쪽 땅에 거인이나 괴물, 마녀 등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산다고 믿었으며, 몇몇 신비로운 지역에는 신의 특별한 총애를 받은 민족이 행복과 장수를 누리며 산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구의 북쪽에는 리바이오스 산맥이 거대하게 펼쳐져 있는데 이 산에 있는 거대한 동굴로부터 살을 엘 정도의 차가운 폭풍이 몰려와서, 그리스를 추위에 시달리게 한다고 믿었습니다. 이 리바이오스 산맥 너머 더 먼 북쪽 땅에는 어떤 행복한 민족이 영원한 기쁨을 누리며 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이들을 ‘북풍(보레아스) 너머’라는 의미의 히페르보레오스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생각하는 이들이 사는 곳은 어떤 길로도 접근할 수 없고, 질병이나 노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장소였습니다. 온종일 해가 비치는 완벽한 땅이지만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 같은 개념이었습니다.
지구의 남쪽에는 대양하와 가까운 곳에 북쪽의 히페르보레오스와 비견될 정도로 행복한 민족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스인은 이들을 에티오피아인이라 불렀으며, 이 민족 역시 신들에게 호의를 받아 가끔 신들과 함께 향연을 누리는 일이 있었다고 믿었습니다. 몇몇 책은 히페르보레오스 족과 에티오피아인을 동일시하기도 하나 사는 지역이 다르기에 다른 민족으로 생각했다고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구의 서쪽 끝에는 대양하 가까이에 엘리시온의 들이라고 명명한 축복받은 토지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히페르보레오스와 마찬가지로 유토피아와 유사한 개념인 이 장소는 신에게 총애받아 자격을 갖춘 인간이 죽음의 괴로움을 겪지 않고 도달하는 곳으로,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장소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리스인은 이곳을 ‘행운의 들’ 또는 ‘축복받은 사람들의 섬’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이 생각한 신의 생활
신들의 거처로 유명한 올림포스산은 테살리아에 위치합니다. 올림포스산의 꼭대기에는 천상의 신들이 지상에 내려가거나 다시 천상으로 돌아갈 때 열리는 구름문이 하나 있으며, 계절의 여신들이 이 문을 지키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신들을 소집하면, 지상이나 수중, 또는 지하에 사는 신들까지 모두 제우스의 델포이 신전에 모였습니다. 제우스가 사는 올림포스 궁전의 큰 홀에는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와 음료인 넥타르가 넘쳐흐르는 연회가 펼쳐졌습니다. 아름다운 젊음의 여신 헤베가 신들의 연회에서 넥타르와 잔을 날랐으며, 음악의 신 아폴론이 리라를 연주했고, 뮤즈 여신들이 이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습니다. 해가 지면 신들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기 거처로 돌아가 잠을 잤다고 합니다.
신이 입는 옷은 지혜의 여신 아테나와 미의 세 여신 에우프로시네, 아글라이아, 탈레이아가 만들었으며 좀 단단한 옷은 여러 종류의 금속으로 만들었습니다. 불과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신의 사회에서 대장장이, 건축기사, 공학자, 명공으로 통했습니다. 놋쇠로 신의 집을 지었고, 황금으로 신의 구두를 만들었으며, 말의 다리에 편자를 박았습니다. 신들은 그의 구두를 신고 공중이나 물 위를 걷거나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편자를 얻은 말 역시 신의 전차를 끌고 하늘과 바다를 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이 만든 물건을 스스로 움직이게 할 수도 있었으며, 황금으로 시녀를 만들어 스스로 일하게 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기본적인 세계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리스인이 생각하던 세계의 모습 위에 신들이 그려낸 수많은 이야기들을 앞으로 다양하게 펼쳐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톺아보기는 그리스와 로마의 신들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늘 유익한 정보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화 톺아보기 :: 6. 타락과 대홍수 (0) | 2022.11.29 |
---|---|
신화 톺아보기 :: 5. 프로메테우스와 제우스 (0) | 2022.11.27 |
신화 톺아보기 :: 4. 창세기 (0) | 2022.11.25 |
신화 톺아보기 :: 3. 신들 2편 (0) | 2022.11.24 |
신화 톺아보기 :: 2. 신들 1편 (0) | 2022.11.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