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은 신들에 대한 간략한 정리 2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올림포스 주신 외 다양한 그리스 신들과 로마의 신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스의 신들 2
뮤즈의 여신들은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사이에 태어난 딸들입니다. 그리스어로 무사라고 발음하며 복수형의 발음은 무사이지만, 우리에게 뮤즈로 더 익숙합니다. 이들은 학문과 예술 전반을 주재하고 기억을 촉진합니다. 뮤즈는 모두 아홉 명이었는데, 각기 문학, 예술, 과학 등의 부문을 분담해 주재했습니다. 칼리오페는 서사시를 주재했고, 클레이오는 역사를, 에우테르페르는 서정시를, 멜포메네는 비극을, 테르프시코레는 합창단의 춤과 노래를, 에라토는 연애시를, 폴리힘니아는 찬가를, 우라니아는 천문학을, 탈레이아는 희극을 각기 주재했습니다.
카리테스로 불리는 미의 여신들은 세 명으로 에우프로시네, 아글라이아, 탈레이아입니다. 이들이 주재하는 것은 향연과 무용, 모든 사교적인 환락과 기품 있는 예술이었습니다. 삼미신으로 명명하기도 합니다.
모이라이라고 불리는 운명의 여신들도 클로토, 라케시스, 아트로포스 세 명입니다. 이들은 인간 운명의 실을 짜는 것입니다. 그리고 큰 가위를 가지고 있어서 마음이 내킬 때 가위로 실을 끊기도 했습니다. 클로토는 운명의 실을 뽑아내고, 라케시스는 인생의 길이를 정해 운명의 실을 감거나 짜며, 아트로포스는 가위로 그 실을 잘라 생명을 거둡니다. 밤의 여신 닉스가 스스로 낳았다는 이야기와 율법의 여신 테미스가 낳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에리니에스, 혹은 푸리아로 불리는 복수의 여신들 역시 세 명으로 알렉토, 티시포네, 메가에라입니다. 이들은 정의의 재판을 피하거나 경멸하는 자들이 일으킨 범죄를 눈에 보이지 않게 벌했습니다. 이 여신들의 머리카락은 뱀으로 되어있고, 붉게 번뜩이는 눈에서 피가 흐르며, 등에 청동 날개가 달린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무서운 모습과는 별개로 착한 마음의 여신이라는 뜻의 에우메니테스라고도 불립니다.
네메시스는 복수의 여신입니다. 그녀는 신들의 분노, 특히 거만한 자와 불손한 자에 대한 분노를 상징합니다.
판은 자연, 가축, 목자의 신입니다. 그는 인간의 상반신에 염소 또는 산양의 하반신을 가지고 있으며 아르카디아의 들에 살았습니다.
사티로스는 숲과 들의 신들입니다. 그들은 온몸에 딱딱한 털이 있고 머리에는 짧은 뿔이 돋아있으며, 다리는 산양과 비슷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판도 사티로스 중 한 명입니다.
모모스는 웃음의 신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쾌활한 웃음의 신이 아닙니다. 불편한 웃음, 불평, 비난, 폄훼, 조롱의 신으로 다른 신들을 지나치게 헐뜯고 폄훼하다 제우스에 의해 올림포스산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후대로 가면서 풍자와 독설이 특징인 시인과 작가들의 수호신으로 추앙받았습니다.
플루토스는 부와 풍요를 주재하는 신으로 데메테르의 아들입니다. 눈이 먼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보이지 않기에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로마의 신들
지금까지 이야기한 신들은 로마인들도 받아들였지만 모두 그리스의 신들입니다. 이제부터 이야기하는 신들은 로마 신화에서 존재감을 더 강하게 드러내는 신들입니다.
사투르누스는 고대 이탈리아인의 신입니다. 이름은 씨를 뿌리는 자라는 뜻입니다. 이 신은 그리스의 신 크로노스와 동일시되고, 전설에 따르면 아들 유피테르(제우스)에 의해 폐위되자 이탈리아로 도망가 농업기술을 보급함으로써 황금시대를 이룩하며 재위했다고 합니다. 그의 선정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겨울에 사투르날리아라는 축제를 거행했는데, 축제 기간에는 모든 공무가 정지되고 선전 포고나 형벌 집행도 연기되었습니다. 친구들끼리 선물을 교환했고 노예들에게도 자유가 최대한으로 허용되었을 뿐 아니라, 그들을 위한 잔치가 벌어짐과 동시에 주인이 노예들의 시중을 들었습니다. 이는 사투르누스의 치세에서 인간이 본래 평등하고, 만물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속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파우누스는 사투르누스의 손자로 들과 목자의 신입니다. 동시에 예언의 신으로서도 숭배를 받았습니다. 이름의 복수형인 파우니는 그리스의 사티로스와 같이 익살스런 신들의 한 무리를 의미하며 이들과 동일시됩니다.
퀴리누스는 전쟁의 신입니다. 초기에는 유피테르(제우스) 마르스(아레스)와 함께 로마의 3대 주신으로 카리톨리움에서 숭배되었으나 이후 로마의 건국자 로물루스가 신격화된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벨로나는 전쟁의 여신으로 군신 마르스의 누이입니다. 그리스의 전쟁의 여신 에니오와 동일시됩니다. 마르스와 함께 도시를 파괴하고 피비린내 나는 살상을 자행하는 여신입니다.
테르미누스는 토지 경계의 신입니다. 고대 로마인들은 테르미누스가 국가의 영토와 개인의 토지 소유권을 보호해준다고 믿었습니다. 그의 상은 거친 돌이나 기둥으로 들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지상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팔레스는 가축과 목장을 주재하는 신 또는 여신으로 표현됩니다.
포모나는 과실, 과수를 돌보는 님프(자연의 정령)입니다. 정원을 가꾸는 일과 과일 재배를 담당합니다.
플로라는 꽃의 여신입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이 여신에게 바쳐진 축제 플로라리아가 화려하게 열렸습니다.
루키나는 출산의 여신으로 임신한 여자들이 아기를 안전하게 낳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신입니다. 그리스의 에일레이티이아와 동일시됩니다. 출산을 주재하지만, 분만을 방해하고 지연시키기도 합니다.
베스타는 국가의 솥과 가정의 솥을 주재하는 여신으로 그리스의 헤스티아와 같습니다. 베스타의 신전에는 베스탈이라고 하는 여섯 명의 처녀 제사가 수호하는 성화가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고대 로마 신앙에 의하면 국가의 안녕은 이 성화의 보존과 관계가 있었기에 처녀 제사의 게으름 때문에 이 성화가 꺼지는 일이 있을 때 그녀들은 엄벌을 받았고, 꺼진 불은 태양광선으로 다시 점화되었습니다.
리베르는 디오니소스의 로마 이름으로, 풍요의 신입니다. 다른 이름은 바쿠스입니다.
물키베르는 헤파이스토스의 로마 이름으로 화산의 불과 사막, 대장간의 신입니다. 다른 이름은 불칸입니다.
야누스는 하늘의 문지기이자 문의 수호신으로 그리스 신화에 대응하는 신이 없는 로마의 고유한 신입니다. 모든 문은 두 방향으로 나 있어 앞뒤가 없으므로 그 역시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늘의 문지기가 새해를 열기 때문에 1년 중 최초의 달 야누아리우스는 그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습니다. 로마에는 야누스의 신전이 무수히 많았습니다. 전시에는 주요한 신전의 문이 모두 열려 있었고, 평화로울 때는 닫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로마의 2대 왕 누마와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치세 동안에는 문이 오직 한 번 닫혔을 뿐이었습니다.
페나테스는 집의 신으로 가족의 행복과 번영을 지켜주는 신입니다. 이들의 이름은 페누스, 즉 식료품을 넣는 찬장이라는 말에서 유래했으며 찬장이 이 신들의 성소로 여겨졌습니다. 고대 로마에서 한 가정의 주인은 모두 자기 집 안에서 페나테스의 제사였습니다.
라레스, 단수로 라르라 불리는 신들도 페나테스와 마찬가지로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지만, 원래는 가족보다 노비의 수호신으로 여겨졌습니다. 페나테스와 달리 이들은 죽은 자의 영혼이 신이 되었다고 생각되었으며, 가정의 라레스는 자손들을 감독하고 보호하는 영혼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레무레스와 라르바아라는 말은 영어의 고스트라는 말과 거의 같습니다.
게니우스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남성의 수호신입니다. 남성의 출생과 죽음, 성격과 운명을 관장합니다. 남성 개인이 죽으면 그의 게니우스도 소멸합니다. 그리스의 정령 다이몬과 동일시됩니다. 유노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성의 수호신이며 그리스 신화의 헤라와 동일시됩니다. 로마 남자는 누구든지 자기의 수호신 게니우스를, 여자는 자기의 수호신인 유노를 섬겼습니다. 그 신들이 자기들에게 삶을 주었다고 생각했고, 평생 자기들의 보호자가 되어주리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자기들의 생일에는 자기의 수호신 게니우스, 유노에게 선물을 바쳤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그리스의 신들과 로마의 신들에 대해 간략히 알아봤습니다. 고대 로마가 고대 그리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신화를 통해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한 우주의 탄생 이야기와 제우스가 왕권을 잡기 전 세상을 지배했던 티탄 신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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