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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국내 아파트 단지의 문제점 진단

by 프리아키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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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파트 단지의 문제점 진단

 

21세기 대한민국은 대부분의 주거환경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이루고 있다. 멀리 프랑스의 학자가 아파트 공화국이란 책을 통해 우리네 주거문화를 비판한 것처럼 아파트 문화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성행하고 있다.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의 환경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아님에도 불구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 아니 유일한 선택이 아파트라고 여기는 곳은 대한민국 외에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주거환경의 획일화, 과거 유산과의 단절, 도시의 다양성 포기라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왜 아파트만을 고집하는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아파트란 주거의 의미 외에 경제적 성공 및 사회적 계층의 기준이 되며 나아가 삶의 목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에 반해 주거로서의 본질적 의미는 절하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아파트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모델을 살펴보면서 더 이상 재산 증식의 수단이 아닌 주거환경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본질적인 주거 시스템을 제안하고자 한다. 고밀도의 도시에서도 자체적인 주거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한 이상적 도시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여러 사례를 조사한 뒤 잊힌 우리의 정체성을 찾고 그에 알맞은 도시 속 주거의 형태를 찾아보는 것이 본 내용의 목표이다.

 


고도의 산업 성장과 아파트 단지화된 주거환경

1960년대 말 고도의 산업 성장 및 급격한 도시화로 발생한 주택난을 해결하고자 우리나라 주거문화는 아파트와 연립주택 중심으로 1가구 1주택 목표를 제시한 정부의 비전 아래 주거환경 면에서 질적 향상보다 물량확보에 집중하는 경향이 컸다. 아파트 위주의 단조로운 개발은 획일적인 주거의 형태 및 계층의 분화 등 많은 부작용을 불러왔다. 여태껏 한옥이 주류였던 우리의 주거문화는 196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단지인 마포아파트를 시작으로 70년대의 잠실아파트단지, 80년대의 상계신시가지, 수도권 내 신도시까지 연이어 조성되면서 대규모 근린주구 개념의 아파트단지 위주로 급격히 변화하게 된다. 기존의 단독주택지는 공급자의 이득을 최대화한 다가구, 다세대 주택지로 변질하거나 아파트단지로 재개발되었다. 이후 반세기 동안 도시 내 인구의 팽창 및 급속도로 발전하는 산업화 등의 사회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주거의 상은 생활의 질보다 단기간 내 대규모 수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고 그로 인해 아파트 위주의 대규모 단지개발이 주를 이뤄왔다. 하지만 이러한 효율 위주의 개발은 주거의 다양성 부족을 일으켰고 획일적인 도시경관을 야기했다.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은 도시에 축적된 정체성을 상실케 하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노후 주거지의 강제 철거, 원주민 도시 외곽 이주 등 여러 방식의 커뮤니티 와해를 불러왔다. 또 자산증식 대상, 투자 종목으로의 변질은 주거의 진정성을 잃게 하는 큰 요인이 되었다.

 

21세기 들어 정부에서 이런 심각한 문제를 인지하고 주거의 질적 향상을 모색하며 ‘용인 신갈 새천년 친환경 단지’ 및 ‘은평뉴타운’ 계획을 통해 대지 친화적인 계단식 주택, 생활 가로를 활성화하는 연도형 블록 주택 등 다양한 주거 환경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주거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각층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통적 주거패러다임의 변질


20세기의 급격한 산업화와 이를 뒤따르기 바빴던 주거행태는 과거 우리 주거환경의 특징이었던 마당과 골목의 문화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한옥이 주된 주거 형태였던 20세기 이전의 주거환경은 할아버지, 아버지, 나, 자식 등 다양한 세대가 모여 사는 가족 체계를 반영함과 동시에, 외부로 열린 마당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웃 가구 사이 소통체계를 지닌 한옥의 특성을 통해 소집합들이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서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유기적인 주거개념을 실현하고 있었다. 집과 집 사이의 세밀한 골목은 이러한 공동체 생활이 활성화될 수 있게끔 하는 매개로 그 역할을 수행했고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이웃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주거환경에서 서로 엮이며 발생하는 다양한 인간관계와 공동체간의 협력, 존중을 통해 개인의 이익만이 아닌 배려로 서로 함께 하는 삶을 창출해냈다. 이러한 전통적 공간이 조성한 주거환경은 단지 정주하는 공간으로서의 주거가 아닌 더불어 사는 이들 사이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각자 삶의 흔적을 남겨 물리적 공간을 기억의 장소로 자리 잡게끔 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들어 무분별한 주거 공간의 개발은 이러한 역사를 지워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양한 성격, 공간 형태의 복합체로서 존재했던 전통 주택은 대규모 개발을 통해 그 흔적을 상실하며 획일화되고 말았다. 주택이 모여 도시를 이룬다는 측면에서 주택이 집합한 도시의 인상과 색을 결정할 수 있다. 획일화된 주택은 우리의 도시 또한 획일화시키며 무채색의 도시를 만들었다.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은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주거 像의 필요

 


도시의 발달은 인구의 집중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발달로 인해 집중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밀집된 다층의 공동 주거가 그 해답이 되었다. 우리보다 훨씬 이전부터 도시화가 진행된 서구 문명은 효율적인 토지 이용 및 토지 공유 개념이 발달하였고 사생활과 공동체 생활을 잘 융합하는 것을 오랜 과제로 여겼다. 18세기의 산업혁명, 20세기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정책적으로 공동주택개발을 위한 노력이 해왔으며 기라성과 같은 건축가들 또한 집합 주거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생각해왔다. 르 코르뷔지에의 빛나는 도시, 그로피우스의 판상형 아파트 계획은 지금의 우리 도시 형태에 큰 영향을 미쳤다.


10위권에 드는 국가경제력, 국민소득 2만불 달성, 문화 강대국이라는 사회적 지표를 통해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에 비해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 할 수 있는 주거에서는 앞서 언급한 문제점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한 상태이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도약한 사회 수준에 부합하는 바람직한 주거의 상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주거의 상을 위한 가치는 존중에서 나온다.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주거환경의 선택권을 부여하고, 어떤 계층이든 바라는 주거 공간을 소유할 수 있는 존중의 사회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주거 공간을 원활히 취할 수 있도록 경제적 부담을 줄여야 하며 환경적으로도 지속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이 구축된 주거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를 유지하며 가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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