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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해외사례와 전통 주거의 접목을 통한 미래 주거의 상

by 프리아키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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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례와 전통 주거의 접목을 통한 미래 주거의 상

앞의 포스트에서 살펴본 여섯 개의 해외 집합주택은 사례별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주거의 본질적 가치로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공동체의 삶, 선택의 다양성, 도시 맥락과의 순응성, 변화에 대한 적응성, 지역의 고유함을 간직한 아름다운 경관, 자연 친화성 등을 들 수 있다. 복합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생활의 질을 위한 주거환경에서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어쩌면 새로운 양식을 창조하는 것이라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주거환경은 지역의 특성과 조건 및 주거환경을 이루는 다양한 주체들의 입장과 그들이 엮이면서 살아가는 사회들을 고려했을 때 급격히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바람직한 주거환경의 상을 구상하기에 앞서 우리나라보다 일찍 주거 환경 개선을 실행한 주거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의 입장에 적합한 요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로테르담 구 항만 집합주택은 도로 등과 같은 기성의 인프라 시설과 집합주택이 공존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사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파트 단지는 8m 이상의 도시계획도로로 둘러싸이고, 연도형 건물과 생활 가로의 부재로 각 단지가 단절되어 일종의 섬처럼 구획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 인프라와 집합 주거를 입체적으로 엮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IJ - Plein 집합주택은 판상형 아파트임에도 대지와 활발히 연계되는 저층부 커뮤니티 시설과 개별 진입을 고려한 진입부, 계단실과 테라스의 디자인 등으로 성공적인 판상형 집합주택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형태가 판상형 아파트인 것을 볼 때 경제적으로 큰 비용 없이 주거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이라 판단할 만 하다.

피터 아이젠만의 베를린 집합주택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베를린을 재개발하면서 기존의 도시맥락을 건축 디자인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아이젠만은 분단의 역사를 가진 베를린과 베를린 장벽 등 굵직한 역사 궤적을 건축 기법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주거의 정체성은 도시의 정체성과 그 궤도를 함께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대다수 도시는 과거의 오랜 정체성과 단절된 안타까운 모습을 보인다. 또한 주거 공간은 도시 전체에서 크게는 8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아가 우리 주거의 상을 확립하기 위해 과거에서부터 비롯된 역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암스테르담의 비잔티움은 주상복합 형태의 집합 주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상복합이 성행하고 있는데 대부분 고층의 타워형으로 도시경관에 있어 주변과 어우러지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고 사회적으로도 경제적 계층을 나누는 주범이 되고 있다. 주상복합은 주거와 상업 사이 다양한 액티비티를 발생시키는 것에 장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상복합은 거대한 독립 매스로 특정 계층을 위한 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이 사례는 주거와 상업 그리고 업무시설이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고층이 아닌 적당한 휴먼스케일 건물 형태로 주변 가로와 연계함으로써 가로 활성화를 꾀하며 도시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을 보인다. 

넥서스 월드 하우징에서 스티븐 홀의 집합 주거는 특이한 형태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건물에 있는 다양한 오픈스페이스. 이러한 외부 경관과 다양한 모습으로 얽혀있는 복도 등의 공용공간과 단편적일 수 있는 입면을 비어있는 공간으로 해결한 모습, 그리고 4~5층까지 개별로 존재하는 진입 계단 등을 통해 주민들이 다양한 공간을 체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거의 질을 높이고자 계획하였다.

스티븐 홀의 집합 주거 옆에 위치한 렘 콜하스의 집합 주거는 도시에서도 단독주택과 같은 생활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혼잡한 외부로부터 개인 생활을 분리함과 동시에 내부에서 주변과의 소통 공간을 가지는 획기적인 주거 시스템을 통해 고밀도의 도시에서 프라이버시와 외부 연결을 통한 쾌적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공간을 제시하였다. 

 


진보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앞으로 개인의 취향을 고려한 다양한 선택권 보장, 지역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추구하고 이러한 이야기를 지속해서 담을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서 지역의 역사를 다시 이어나가며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오로지 사생활 보장만을 우선하는 획일화된 지금의 주거 공간에 대해 성찰하고, 앞서 이야기한 공간적, 지역적 정체성 확립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 형식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기존의 도시 주거 환경에 잘 어우러지며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는 적합한 집합주택을 목표로 우리에게 친숙한 오픈스페이스인 마당 또는 공동 중정 등을 고려하여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도시계획가 및 건축가 등 전문인력 외에도 정부, 지자체, 지역주민 등 다양한 계층의 사회의식 및 기존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의 주거 공간은 주거자가 향유하는 생활의 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으로서의 의의 이외에도 주거자의 경제 수준 및 각 사회계층의 자본 보유 수준에 대한 바로미터로 작용하며 주거라는 인간 기초 생활의 본질에서 벗어난 과도한 투자, 투기 수단 등 바람직하지 못한 왜곡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따라서 사회구성원 모두를 위한 다양한 활동의 장이라는 주거 공간의 진정한 의미와 기능을 되찾기 위해 우리가 모두 힘써야만 어느 누구든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주거의 이상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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