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제우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가장 지위가 높은 신으로 신들과 인간의 아버지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이런 절대자 제우스에게도 부모님이 있고, 족보로 따지면 할아버지도 있습니다. 올림포스 주신들이 세상을 관리하기 전, 이 세상을 관할하고 있던 고대 신들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크로노스는 농경과 계절의 신으로 제우스 이전에 세상에 군림했던 신들의 왕입니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티탄 12신 중 막내이며 누이 레아와의 관계에서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제우스 6남매를 낳습니다. 세대로 구분하자면 2세대 신에 해당합니다. 낫이 대표적인 무기입니다. 고대 신 중 일대기가 긴 편에 속하기에 추후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레아는 대지의 생산성을 의인화한 여신으로 크로노스와 결혼하여 시간과 세대의 영원한 흐름을 관장하는 주신이 되었습니다. 크로노스의 누이로 역시 티탄 12신 중 하나입니다. 크로노스가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을 삼켜버리자 가이아와 우라노스에게 조언을 구해 제우스를 몰래 숨기게 됩니다.
오케아노스는 바다의 신으로 포세이돈 이전 바다의 왕이었습니다.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티탄 12신의 맏이입니다. 상반신은 긴 수염을 가진 인간의 모습이고, 하반신은 비늘이 달린 물고기의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누이 테티스와 관계하여 3000개의 강, 오케아니데스라는 3000명의 딸을 낳았습니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대양하가 바로 오케아노스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제우스 말고 오케아노스보다 강한 신은 없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신화에 따라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자식이 아니라 우라노스의 아버지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테티스는 물의 여성적 풍요를 상징하는 여신으로 티탄 12신에 속하며 오케아노스와 결혼했습니다. 지상의 모든 샘물과 강물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대지 아래로 흐르는 지하수를 통해 자식들에게 대양 오케아노스의 물을 나누어 주며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젖줄’ 역할을 합니다. 머리에 날개를 달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히페리온은 아폴론 이전의 빛의 신이자 태양의 신으로 티탄 12신에 속합니다. 남매지간인 테이아와 결혼합니다. 1세대 신들과의 전쟁에서 공로를 세워 동쪽의 통치자 역할을 맡았는데 이 역할을 맡게 된 이야기는 추후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테이아는 빛의 창공의 여신으로 티탄 12신에 속하며 남매지간인 히페리온의 아내입니다. 남매지간인 히페리온의 끈질기게 구애에 마음을 열고 결혼하여 태양의 신 헬리오스, 달의 여신 셀레네, 새벽의 여신 에오스를 낳습니다.
코이오스는 탐구심과 지성을 대표하는 총명의 신으로 티탄 12신에 속합니다. 남매지간인 포이베와 결혼하여 코이오니데스라 불리는 모성의 여신 레토와 별자리의 여신 아스테리아 두 자매를 낳습니다. 1세대 신들과의 전쟁에서 공로를 세워 북쪽, 북극을 관장하는 통치자가 되었습니다.
포이베는 예언을 상징하는 신으로 신탁을 내리는 것으로 잘 알려졌으며 티탄 12신, 코이오스의 아내임과 동시에 델포이 신전의 제 3대 주인입니다. 어머니 가이아가 1대, 언니 테미스가 2대 주인입니다. 훗날 외손자인 아폴론에게 생일 선물로 델포이 신전을 물려주게 됩니다.
이아페토스는 꿰뚫고 찌르고 상처 입히는 힘을 상징하는 신으로 티탄 12신에 속합니다. 오케아노스의 딸인 오케아니데스 중 한 명인 클리메네와 결혼하여 아틀라스, 메노이티오스,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 4형제를 낳습니다. 1세대 신들과의 전쟁에서 공로를 세워 서쪽의 통치자가 되었습니다.
테미스는 율법의 여신으로 티탄 12신에 속하며 델포이 신전의 제 2대 주인입니다.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과 세상만사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으로 제우스의 조언자 역할을 합니다. 메티스에 이어 조카인 제우스의 두 번째 아내가 되어 계절의 여신 호라이(질서의 여신 에우노미아, 정의의 여신 디케, 평화의 여신 에이레네)와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실을 뽑는 크로토, 실을 배당하는 라케시스, 실을 가위로 끊는 아트로포스)를 낳았습니다.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를 낳았다고도 하며 첫 남편이 이아페토스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통찰력이 가장 뛰어난 여신이기에 신화 곳곳에서 자주 등장하며, 직전 이야기에서 데우칼리온에게 신탁을 내린 것도 바로 이 여신입니다.
크리오스는 별들을 상징하는 성좌의 신으로 티탄 12신에 속합니다. 가이아와 폰토스의 딸인 바다의 여신 이부동생 에우리비아와 결혼하여 별들의 신 아스트라이오스, 파괴의 신 페르세스, 전략의 신 팔라스 3형제를 낳습니다. 1세대 신들과의 전쟁에서 공로를 세워 남쪽, 남쪽 하늘의 통치자가 되었습니다.
므네모시네는 기억의 여신으로 기억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모든 지적 활동에 관여하며 티탄 12신에 속합니다. 피에리아에서 조카 제우스와 9일 밤낮을 관계하여 아홉 명의 딸 무사이(뮤즈)를 낳습니다. 하계에는 므네모시네의 이름을 딴 기억의 강이 흐르는데, 저승에 간 망자가 환생할 때 레테 강물을 마시면 전생의 기억을 모두 잃고, 므네모시네 강물을 마시면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합니다. 또 보이오티아 레바데아에 있는 트로포니오스 신전 앞에 레테와 므네모시네라는 두 개의 샘물이 흐르는데, 이 신전에 신탁을 구하러 온 사람은 두 샘물을 차례대로 마셔서 이전의 기억을 지우고 신탁을 잊지 않도록 했습니다.
키클로페스는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외눈박이 3형제로 천둥을 상징하는 브론테스, 번개를 상징하는 스테로페스, 벼락을 상징하는 아르게스 3명입니다. 이들 외형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마 한가운데 외눈입니다.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자식들인 헤카톤케이레스, 2세대 티탄 12신과 형제지간입니다. 이들은 제우스에게 천둥과 불타는 벼락, 눈부신 번개를, 포세이돈에게 삼지창을, 하데스에게 투구를 선물합니다. 신들에게서 태어났지만 불멸이 아닌 필멸의 존재이기도 합니다.
헤카톤케이레스는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거인 3형제로 코토스, 브리아레오스, 기게스 3명입니다.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자식들인 키클로페스, 2세대 티탄 12신과 형제지간입니다. 100개의 팔과 50개의 머리를 지닌 거인들입니다. 훗날 타르타로스의 문지기가 됩니다.
제우스, 헤라 등 3세대 올림포스 12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낯선, 2세대로 구분할 수 있는 우라노스의 가이아의 자식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들은 전승 기록에 따라 태어난 순서가 달라 확실한 위계를 가릴 순 없습니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티탄 12신이 가장 먼저 태어나고, 그 다음으로 키클로페스 3형제, 마지막으로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가 태어납니다. 아폴로도로스의 ‘비블리오테카’에 따르면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가 가장 먼저 태어나고, 그 다음으로 키클로페스 3형제, 마지막에 티탄 12신이 태어납니다. 다음 시간에는 신들의 근원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가이아, 우라노스를 포함한 1세대 신과 그들을 탄생하게 한 태초의 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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