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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신화 톺아보기 :: 10. 최고신 일대기 1편

by 프리아키 202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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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노스와 별의 춤

 

지난 시간, 제우스나 올림포스 12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 세계관의 중요한 기반이 되는 고대 신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카오스에서 태어나거나 카오스와 함께 태초부터 존재했던 신들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모를 신비로움을 자아내는데요. 오늘은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최고신, 인간과 신들의 왕이라는 굳건한 지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우스가 최초로 최고신의 자리에 오른 신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화의 건국 신화와 고려, 조선의 건국 설화가 있듯이 신들에게도 왕위 계승 서사시가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최고신의 위치에 오른 신들의 계보를 정리하며 상세한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라노스와 가이아

 

고대 신 이야기에 알아봤던 것처럼 우라노스는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홀로 낳은 아들입니다. 산맥 우로스, 바다 폰토스와 형제지간이며 하늘, 다른 말로 천공의 신입니다. 그가 특별히 신의 왕, 주신으로 군림하게 된 이야기는 찾을 수 없지만 고대인에게 있어 하늘은 가장 높고 불가결한 공간이며 해와 달, 별 등 수많은 신성한 것들을 품는 곳이었으므로 자연스레 하늘의 신이 최고신이 될 수 있었을 것이며, 우라노스는 태어날 당시부터 세상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하늘 그 자체였기에 자연스레 최고신의 지위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우라노스는 최초의 최고신으로 계보로 따지자면 1대 최고신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늘 그 자체인 그 매일 지상을 덮어 대지 그 자체인 가이아와 관계를 가졌고, 티탄 12신으로 불리는 티탄족 아들 여섯과 딸 여섯, 팔이 백 개 달린 거인인 헤카톤케이레스들, 외눈박이 거인 키클로페스들을 낳았습니다.

 

크로노스에게 거세되는 우라노스

 

하지만 우라노스는 그렇게 많은 자식들의 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역할에는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자식들을 여러 이유로 미워하고 두려워며 대지 가이아의 자궁이자 깊숙한 지하인 타르타로스에 가두어버립니다. 어머니인 가이아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가이아는 자신의 아들이자 남편인 우라노스에게 원한을 품고 대지에서 쇠를 뽑아내어 거대한 낫을 만들었습니다. 그러고는 티탄 12신에게 이 낫으로 아버지 우라노스를 거세하라고 명령하지만, 거의 대부분 겁을 먹거나 꺼렸습니다. 이때 유일하게 나선 신이 바로 막내아들인 크로노스였습니다. 크로노스가 나서자 코이오스, 히페리온, 크리오스, 이아페토스도 용기를 얻고 함께 나섰습니다.

 

비너스(아프로디테)의 탄생

 

우라노스가 가이아와 동침하려 할 때 숨어있던 크로노스와 그의 형제들이 우라노스를 기습했습니다. 헬리오스가 우라노스의 동쪽 방향을, 이아페토스가 그의 서쪽 방향을, 크리오스가 남쪽 방향을, 코이오스가 그의 북쪽 방향을 붙잡아 움직일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크로노스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가이아의 낫으로 우라노스의 성기를 잘라 바다에 던져 버렸습니다. 우라노스는 이 사건으로 주권을 잃고 주신의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이때 흐른 피에서 기간테스와 징벌의 여신 에리니에스 세 자매, 물푸레나무의 님프들이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우라노스의 잘린 성기와 바다가 만나 뿜어진 거품에서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탄생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성기를 자른 낫은 땅에 묻었는데, 여기에서 페니키아 민족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

 

이 사건으로 크로노스는 제 2대 신들의 왕의 자리에 오릅니다. 형제들의 공 역시 인정되어 헬리오스, 이아페토스, 크리오스, 코이오스가 각각 동서남북 사방의 관리자이자 지배자가 됩니다. 세상이 모두 그들의 손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최고신인 그에게는 늘 걱정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가이아는 크로노스에게 우라노스를 몰아낼 계획을 지시하며 타르타로스에 갇힌 키클로페스들과 헤카톤케이레스들을 구출할 것을 함께 요청했지만, 크로노스가 이를 무시하며 가이아의 저주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저주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자식인 크로노스가 아비인 우라노스에게 반기를 들어 우라노스가 왕위에서 쫓겨난 것처럼 크로노스 역시 자식에게 자리를 빼앗겨 쫓겨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라노스가 물러나며 저주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저주에 대비하고자 크로노스는 부인인 레아와 관계하여 낳은 자식들을 태어나자마자 삼켜버리기 시작했습니다. 태어난 순서대로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이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삼켜졌습니다. 이 때문에 부인 레아는 크로노스에게 앙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가이아가 우라노스에게 원한을 가진 것처럼 말입니다. 신들 역시 모성애는 강했습니다.

 

크로노스에게 제우스 대신 돌을 건네는 레아

 

레아는 여섯째 아이만은 크로노스에게 빼앗길 수 없다고 생각했고, 가이아에게 아이를 살려달라며 부탁합니다. 가이아는 레아에게 아이를 낳은 후 크로노스가 오기 전에 갓난아기와 돌을 바꿔치라고 이야기해줍니다. 레아는 이 말을 따라 크레타 섬의 산속 동굴에서 비밀리에 아이를 낳고, 크로노스가 아이를 삼키러 오기 전 돌을 포대로 쌓아 아기인 척 위장했습니다. 곧이어 크로노스가 도착하자 포대로 쌓아 아기인 척 위장한 돌을 건넸습니다. 크로노스는 일말의 의심 없이 돌을 삼켰습니다. 모든 아이를 삼켰다고 생각한 그는 자리를 빼앗길 일이 없겠다며 안심했습니다. 크로노스가 안심하며 다른 곳에 눈을 팔자, 레아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여섯째이자 막내인 제우스를 가이아에게 데리고 가 안전하게 보살펴주길 요청합니다. 가이아는 크로노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살고 있는 님프들과 아말테아라는 염소에게 제우스를 돌보게 합니다. 그가 자랄 때 크로노스에게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님프들이 날마다 시끄럽게 축제를 벌였다고 합니다. 혹은 나뭇가지에 밧줄을 묶어 제우스를 거기에 매달아서 키웠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크레타 섬에서 안전하게 자라는 아기 제우스

 

어떤 방법이든 간에, 제우스는 안전한 환경에서 튼튼하게 자라났습니다. 장성한 제우스는 어머니 레아를 찾아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레아는 제우스 혼자서는 크로노스를 이길 수 없지만, 그가 잡아먹은 제우스의 남매들이 몸 밖으로 나오면 너를 도울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제우스는 남매를 구할 방법을 첫 아내였던 지혜의 여신 메티스에게 물었습니다. 메티스는 가장 좋은 협력자들이 제우스의 형제들이라며 크로노스를 토하게 하여 그들을 구해야 한다고 알려주며, 강력한 구토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제우스는 어머니 레아에게 그 약을 술에 타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먹여주길 부탁했고, 레아가 크로노스에게 술을 먹이자 크로노스는 자신이 이미 잡아먹었던 5남매를 모두 토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제우스가 그의 남매들에게 무기를 쥐어주며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대항했고, 이때 티타노마키아라 불리는 제우스 휘하의 3세대 신족과 크로노스 휘하의 2세대 티탄 신들 사이의 전쟁이 일어납니다. 이들 사이의 전쟁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요?

 

전쟁의 원인이 된 크로노스의 만행

 

오늘은 1대 최고신 우라노스에게서 2대 최고신 크로노스에게 세계의 패권이 넘어가는 과정과 2세대 티탄 신족과 3세대 신들의 전쟁인 티타노마키아의 시작까지 살펴봤습니다. 우리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인 그리스 신화를 통해 제우스가 신들의 왕이 되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최고신의 위치에 올랐는지 그 과정에 대해 다소 빈약하게 인지하고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가 전쟁에서 어떻게 승리하여 최고신의 지위에 다다르는지는 다음 이야기인 최고신 일대기 2편에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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