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헤라클레스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와 헤라의 질투가 빚어낸 계략을 함께 알아봤습니다. 영웅의 운명을 타고난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계략을 가볍게 무시하고 비범하게 성장하며 여러 스승들에게 가르침을 받게 되죠. 하지만 과한 치기로 스승을 죽이게 되고, 그 죄로 목동의 삶을 살게 된 헤라클레스. 아직은 그 시작이 묘연합니다. 그는 어떻게 불세출의 영웅의 길로 들어서게 됐을까요? 오늘 바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쾌락과 미덕 중 후자를 선택한 후 여전히 목동의 삶을 살던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관리하던 양아버지 암피트리온의 소를 습격하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소를 습격한 야수는 바로 키타이론의 사자였습니다. 테스피아이의 왕 테스피오스의 소도 죽이던 흉포한 사자였기에, 이 사자는 매우 큰 골칫거리였습니다. 헤라클레스가 영웅의 운명임을 알고 있던 테스피오스는 헤라클레스를 초대하고, 테스피아이에 머물면서 사자를 사냥해 주길 요청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테스피오스의 요청대로 왕의 궁에 머물면서 날마다 사자 사냥에 나섰고, 50일이 좀 넘어 사자를 퇴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자 퇴치도 퇴치였지만, 테스피오스에게는 또다른 속셈이 있었습니다. 바로 영웅의 혈통을 가진 손자를 얻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에 테스피오스 왕은 헤라클레스가 사냥에서 돌아오는 날 밤마다 테스피아데스라 불리는 자신의 딸 50명을 헤라클레스의 침실에 들여보냈습니다. 사자 사냥에 지친 헤라클레스는 50일간 여자와 동침하며 같은 여자와 자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훗날 50명의 딸은 모두 헤라클레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이들은 훗날 테스피아다이라 불리는 테스피오스의 후손 50명을 낳게 됩니다.
키타이론의 사자를 퇴치한 헤라클레스는 고향인 테베로 돌아가던 중에 키타이론 산을 지나면서 이웃나라의 사신을 통해 그간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테베가 매년 미뉘아이족의 나라 오르코메노스의 에르기노스 왕에게 조공으로 소 100마리를 바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신의 무례한 언행과 거만함에 분노한 헤라클레스는 사신의 코와 귀, 손까지 잘라내고 쫓아내 버렸습니다. 에르기노스 왕은 당연히 분노했고, 테베와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헤라클레스의 양아버지인 암피트리온이 전사하고 말았으나, 아테나 여신의 도움을 받은 영웅 헤라클레스의 활약으로 테베가 승리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에르기노스 왕을 죽이고 매년 오르코메노스가 테베에 소 200마리를 바치게끔 했습니다. 테베의 왕 크레온은 전쟁 승리와 조공, 그의 빛나는 무공에 대한 보답으로 헤라클레스를 자신의 장녀인 메가라와 혼인시키며 사위로 맞았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자연스레 테베의 차기 왕위 계승자가 되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메가라와 세 아들을 낳으며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불행은 갑자기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헤라클레스가 잠시 테베를 떠나 있던 사이, 에우보이아의 리코스라는 인물이 테베로 쳐들어와 크레온 왕을 죽이고 테베를 점령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빠르게 돌아와 리코스를 처치하고 거의 죽을 뻔한 그의 가족들까지 구해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아내와 자식들을 구한 것이라도 감사하게 여기며 제우스에게 감사의 마음을 올리는 제사를 지냈습니다. 이를 알게 된 헤라는 헤라클레스에게 큰 질투심이 나서 그가 미쳐버리게 만들었습니다. 광기에 휩싸인 헤라클레스는 아내 메가라와 자신의 세 아들을 활로 쏘아 죽이고, 이부동생인 이피클레스의 부인과 아들까지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이피클레스의 장남 이올라오스만이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으나, 결국 헤라클레스의 거의 모든 가족을 몰살당하는 비극을 맞게 된 것입니다.
헤라클레스를 살피던 아테나는 헤라클레스가 광기에서 벗어나도록 깊은 잠에 빠뜨렸습니다. 아테나 혹은 테세우스가 던진 돌에 광기가 제지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잠에서 깨 제정신을 차린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저지른 짓을 알고 크게 좌절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했습니다. 그러자 친구 테세우스가 그를 말려 겨우 진정시키며 델포이의 신탁을 통해 죄를 어떻게 뉘우칠지 알아보자고 권유했습니다. 테세우스는 헤라클레스를 데리고 델포이의 신전에 가서 신탁을 듣게 합니다. 예언녀 퓌티아는 헤라클레스에게 신탁을 내렸습니다. 헤라클레스가 죄를 씻기 위해서는 미케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의 노예가 되어 12년 동안 그가 시키는 일을 하라는 명이었습니다. 이 신탁은 헤라가 내린 것으로 헤라클레스가 12년간 끔찍한 일을 겪고 좌절하길 바라며 내린 신탁이었습니다.
에우리스테우스는 헤라의 농간으로 헤라클레스 대신 왕의 운명을 차지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헤라클레스의 강력한 힘과 왕위 계승권을 몹시 두려워하며 헤라클레스가 실패할 만한 열 가지의 과업을 부여했지만, 결국 헤라클레스는 열 가지의 과업에 두 가지를 더 성공하며 최고의 영웅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보통 헤라클레스라 하면 12 과업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12가지 과업에 가려져 있던 헤라클레스의 운명과 성장기를 상세히 알아보며 헤라클레스가 인생을 거치며 겪은 고난과 비극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헤라클레스가 열두 가지 과업을 맡게 된 경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열 두 가지 과업이 각각 무엇이었는지 상세히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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